날기새 김동호 #2297 — 요셉을 세운 어른들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97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45장 7~8절 —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형들 앞에서 요셉이 자기 인생을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하는 그 유명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오늘 이 본문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읽으십니다. 요셉 쪽이 아니라, 요셉을 쓴 어른들 쪽에서요.

말씀의 흐름

먼저 나이를 하나씩 짚어주십니다.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된 나이는 서른 살(창세기 41장 46절), 보디발 장군의 집에 종으로 팔려간 나이는 열일곱 살(창세기 37장 2절). 감옥에 갇혔을 때 나이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분명히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이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놀라운 일이 보입니다. 보디발 장군은 아직 10대인 소년에게 자기 집 총무를 맡기고 자기가 먹는 것 외에는 간섭하지 않았고, 간수장은 30도 안 된 청년에게 옥의 모든 일을 위임했고, 바로 왕은 서른 살짜리에게 나라의 총리를 맡겼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하십니다. 바로가 “어떻게 서른 살 난 사람을 총리로 세웁니까?” 했더라면, 보디발이 “어떻게 10대 아이에게 집 살림을 맡깁니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나님의 섭리는 그 어른들의 순종과 스케일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도 대단하지만 바로도, 보디발도, 간수장도 사람 볼 줄 아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고 하십니다.

이어서 목사님 자신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집니다. 1904년생,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교 수위를 하셨던 무학의 아버지는 마흔여덟에 목사님을 낳으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 열다섯 살 때 가난한 집이 처음으로 작은 땅을 사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봐 둔 세 군데를 아들에게 보여주고 “최종 결정은 네가 해라, 남자 열다섯이면 대장부다, 너 나보다 공부 많이 했다”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고른 땅을 이유도 묻지 않고 계약하신 뒤에야 왜 이 땅이냐 물으셨습니다. 그때부터 목사님은 사춘기를 겪지 못했다고 하십니다. 집 살림을 책임지고 결정할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는 것입니다.

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실패하고 세운상가 점원 노릇을 하던 열아홉, 스무 살 언저리에 청량리중앙교회 목사님과 부장 장로님은 학생 300명, 교사 50~60명의 주일학교 총무를 그에게 맡기셨습니다. 예산 쓰는 일, 계획하는 일, 교사회의 하는 일을 다 맡기고, 부장 장로님은 재정이 부족하면 사재로 대주시며 마음껏 하도록 응원하셨습니다. 서른 살, 목사 안수를 받던 해에는 총회장이 되신 담임목사님이 “내년 목회 계획은 김 목사가 짜라, 난 주일 설교만 하겠다” 하시며 당회 사회까지 맡기셨습니다. 서른여덟에는 영락교회에서 1년간 대리 당회장을 맡아 당회장실 책상에 앉아 일했습니다. 서른둘 부목사 시절엔 박조준 목사님이 수요 강단을 막내 목사에게 맡기셨는데, 시샘할 법한 선배 목사님이 설교 후에 “김 목사, 오늘 설교 역전 만루 홈런이야” 하고 칭찬해 주신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채색옷 입은 요셉을 미워하지 않은 형들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옛날 어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환갑이 되면 안방을 아들 며느리에게 넘겨주고 사랑방으로 물러나고, 시어머니는 경제권인 광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었다는 것. 우리는 ‘뒷방 늙은이’를 좋지 않은 말로 쓰지만, 목사님은 어른의 진짜 역할이 바로 뒷방 늙은이 노릇이라고 하십니다. 물러날 때 물러나 자식과 젊은이와 후배를 앞세우고 뒷받침해 주는 것. 세계적 기업의 수석 전무를 하던 한 장로님 이야기도 덧붙이십니다. 상무·전무가 되면 가장 중요한 일이 자기 일을 이어받을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 사장이 가끔 와서 “누구냐, 얼마나 훈련돼 있냐” 확인하며, 그 준비가 안 되면 승진을 못 시킨다고요. 기업도 이렇게 지혜로운데 교회는 어떤가, 목사들은 끝까지 자기가 다 하고 요셉을 키우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목회도 인생도 릴레이입니다. 자기는 느보산에 올라가고 사랑방으로 물러나 여호수아를, 요셉을 세우는 것. 쉰여덟에 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으실 때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때 내려왔기 때문에 좋은 목사님들을 총리로 총무로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하십니다.

내게 남은 것

일터에서 “저 친구는 아직 일러”라는 말을 참 쉽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요셉의 능력보다 요셉에게 일을 맡긴 사람들의 스케일을 보게 합니다. 열일곱에게 집 전체를, 서른에게 나라를 맡긴 결정 말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들 하지만, 그 기회를 실제로 건네주는 건 결국 누군가의 ‘큰마음’입니다. 땅 세 군데를 보여주고 열다섯 살 아들의 결정을 묻지도 않고 따라준 아버지처럼요.

그리고 “내가 끝까지 다 하겠다”는 욕심. 이게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놓기 어렵습니다. 내가 하면 빠르고 정확하니까요. 그런데 상무·전무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후임을 키우는 일이라는 말, 그게 안 되면 승진도 안 시킨다는 말이 뼈아팠습니다. 내 자리를 지키는 능력이 아니라 내 자리를 넘겨줄 사람을 만들어 놓았는가가 실력이라는 뜻입니다.

‘뒷방 늙은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밀려난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 들어간 자리, 안방 열쇠를 건네고 뒤에서 재정과 응원을 대주던 그 부장 장로님의 자리.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 내 옆의 후배에게 오늘 당장 넘길 수 있는 결정 하나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의 “역전 만루 홈런이야” 한마디가 평생 기억에 남는다면, 내가 그 한마디를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오늘의 기도: 끝까지 쥐려는 손을 펴고, 다음 사람을 세워 뒤에서 응원하는 어른이 되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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