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새 김동호 #2293 — 돕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93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41장 55~57절 — 애굽 온 땅이 굶주리자 백성이 바로에게 부르짖고, 바로는 “요셉에게 가서 그가 너희에게 이르는 대로 하라” 합니다. 요셉은 모든 창고를 열고 애굽 백성에게 팔았습니다. 기근이 온 세상에 심하여 각국 백성도 양식을 사려고 애굽으로 들어왔습니다.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오늘 설교를 한 편의 사역 회고록처럼 풀어놓으십니다. 2000년 9월 유엔이 발표한 새천년 선언, 그 여덟 개 개발 목표 중 첫 번째가 절대빈곤과 기아 퇴치였고, 2015년까지 절대빈곤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선언이었습니다. 선진국들은 GDP의 0.7%를 내기로 했고, 지구 곳곳에 ‘밀레니엄 빌리지’라는 시범 마을이 세워졌습니다. 높은뜻숭의교회가 세운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이 여기에 참여해 5년간 300만 불 지원을 약속하고, 아프리카 말라위의 구물리라 마을을 맡게 됩니다.

가서 보니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주로 옥수수 농사를 짓는데 농기구 하나 변변한 게 없고, 파종할 씨앗 살 돈이 없어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내어 농사를 지었습니다. 추수하면 1kg에 20콰차(당시 우리 돈 600원 정도)에 팔아 서둘러 빚부터 갚아야 했습니다. 이자가 무서우니까요. 그 옥수수를 돈 많은 사람들이 큰 창고에 수매해 두었다가 몇 달 뒤 다섯 배인 100콰차에 내놓습니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 순서대로 굶어 죽기 시작합니다. 가격이 사람을 죽이는 구조였습니다.

재단은 창고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옥수수 100톤을 수매하는데, 20콰차 시세일 때 30콰차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 옥수수가 100콰차가 되고 마을에 굶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창고를 풀었습니다. 무상 배급이 아니라 40콰차에 팔았습니다. 그 값이면 하루 한 끼, 두 끼는 먹을 수 있어 굶어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와 교육 외에는 옥수수 한 톨도, 비료 한 포대도, 신발 한 켤레도, 티셔츠 한 장도 공짜로 주지 않는 것이 재단의 정책이었고, 그것이 새천년 개발계획의 정신이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30에 사서 40에 팔았으니 33%의 이익이 남았고, 다음 해 100톤 살 돈을 다시 모금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사업이 지속 가능해진 것입니다. 남은 이익으로는 월 50~70불을 받는 일자리를 오십여 개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마을이 변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학교가 있어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 졸업해도 달라질 게 없으니 차라리 나무 한 단 해오는 게 나았으니까요. 월급 받는 자리가 생기자 비로소 학교가 의미를 가졌습니다. 마을 잔치에서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 가사를 나중에 전해 듣고 소름이 끼쳤다고 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굶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죽고 싶을 만큼 행복했다고요. 농기구 뱅크를 열던 날 주부들이 춤추며 부르던 노래도 그렇습니다. “사는 것이 힘들어 떠나려 했었다. 이제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느냐고 목사님은 물으십니다.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요셉은 창고를 열어 나눠주지 않고 팔았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도 ‘요셉 프로젝트’였고, 코이카가 1년에 몇억씩 지원해 여러 마을로 확대되었습니다. 탈북자 공장 이야기도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평균 100만 원 바랄 때 124만 원을 주기로 했는데도 오지 않더랍니다. 직장이 없으면 나라에서 60~70만 원이 나오고 아르바이트를 더하면 120만 원이 되니까요. 그때 하신 말씀이 이것입니다. “그건 얻어먹는 거고 이건 벌어먹는 거야. 그건 쉽고 이건 어렵지만, 그건 거기가 끝이고 우리 공장은 여기가 시작이야.” 물론 극빈자와 아이들을 향한 무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다만 무상 지원’만’ 계속하면 그 아이들도 그 나라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못 박으십니다.

내게 남은 것

착한 마음과 지혜로운 방법은 다른 문제라는 것. 오늘 설교의 핵심은 여기 있다고 느꼈습니다. 돕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요셉은 창고를 짓는 시기(풍년), 푸는 시기(흉년), 푸는 방식(팔기)까지 설계했습니다. 20콰차 시세에 30콰차를 주고 사고, 100콰차 시세에 40콰차로 파는 그 숫자 안에 정당함과 지속성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선의를 숫자로 번역해내는 일 — 그게 일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끝이고 여기는 시작이다”라는 문장은 일터에도 그대로 옵니다. 당장 편한 선택과 힘들지만 자립으로 이어지는 선택이 나란히 놓일 때가 있습니다. 후배에게든 동료에게든, 답을 대신 내주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그건 거기서 끝납니다. 조금 느려도 스스로 벌어먹는 길을 열어주는 쪽이 사람을 살립니다. 신발 한 켤레를 사주는 대신 “너희 엄마가 돈 벌어서 사주게 해줄게”라고 말한 그 방향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말씀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창세기 41장 한 대목이 2000년대 말라위의 창고와 농기구 뱅크와 아이들의 노래로 이어졌습니다. 성경에서 교훈만 꺼내지 말고 설계도를 꺼내야겠습니다. 오늘 내 자리의 일에도 그런 지혜가 적용될 자리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기도: 돕고 싶은 마음에 지혜와 전략을 더하사, 끝이 아니라 시작을 만들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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