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90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41장 32~36절 — 어제와 같은 본문입니다. 요셉이 바로의 꿈을 해석하며 명철하고 지혜 있는 사람을 세워 일곱 해 풍년에 오분의 일을 거두어 각 성읍에 쌓아두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땅이 이 흉년으로 말미암아 망하지 아니하리이다.”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미국 집회를 마치고 막 귀국해 집에서 녹화하신다는 인사로 시작하십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교회와 애틀랜타교회, 두 곳 모두 동안교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목회하던 시절의 청년들이 담임을 하고 있더랍니다. 그 청년들이 장성한 목회자가 되어 교회를 잘 섬기는 모습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큰 상급 같았다”고 하십니다. 뿌린 사람은 한참 뒤에야 열매를 봅니다.
이야기는 1981년 12월 마지막 주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교회 담임이셨던 임택진 목사님의 은퇴식, 그 사회를 31살의 젊은 전도사가 맡았습니다. 은퇴사는 10초 남짓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7장 말씀 — “우리는 다 무익한 종이라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이다” — 를 읽고, “무익한 종은 물러갑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소름이 끼칠 만큼 아름다운 은퇴였고, 그 자리에서 ‘나도 저렇게 은퇴해야지’ 결심하셨답니다. 꼭 35년을 기다려 2016년 12월 마지막 주일, 목사님도 똑같이 그 말씀을 읽고 인사하고 목회를 끝내셨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입니다. 교회가 한창 성장할 때 “지금 가장 기도하고 준비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숨도 안 쉬고 “은퇴입니다”라고 답하셨답니다. 기자가 놀라 연세를 묻자 쉰한 살이라 하십니다. 그리고 비행기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국제선은 40~45분 전에, 국내선도 15분 전에 하강 준비 안내를 하고 좌석과 테이블을 정리한 뒤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고요. 공항에 다 와서 “착륙하겠습니다” 하면 그건 착륙이 아니라 추락입니다. 실제로 은퇴 몇 달 뒤 선배 목사님이 “김 목사, 은퇴식 하고 다음 날 일어났더니 갈 데가 없어” 하시더랍니다. 속으로 생각하셨답니다. 그건 예상 문제에 나오는 문제인데, 미리미리 풀어 두셨어야 했는데.
그래서 목사님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은퇴는 흉년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가 풍년입니다. 그것도 7년보다 훨씬 긴 흉년입니다. 준비 없이 맞으면 비참한 폐해를 입지만, 준비하면 흉년도 넉넉히 넘기고 도리어 풍년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준비한 것은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떠날 준비. 가나안에 들어가지 않고 느보산에 올라간 모세를 늘 생각하며, 섬기던 교회에 내 자리를 남기지 않고 물러갈 연습을 평생 하셨답니다. 쉰여덟에 교회를 분립할 때 “네가 맡으면 교회가 분립되겠냐”는 마음을 주셔서 담임을 내려놓으셨고, 친구들이 “그러다 뒷방 늙은이 된다”고 걱정할 때 하나님이 “내가 주인인 교회가 되려면 너 같은 놈이 뒷방 늙은이가 되어 줘야 하지 않겠냐”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뒷방 늙은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둘째, 저축. 은퇴 후에도 교회에 경제적으로 묶여 있으면 완벽한 은퇴가 아니라고 보셨습니다. 5천 명 먹을 것을 혼자 깔고 앉는 욕심도 신앙이 아니지만, 무조건 청빈을 주장하며 저축 없이 살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헌금도 하고 저축도 해서 총회 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독립하셨습니다. 셋째, 일과 놀이와 친구. 부모님이 주신 유산을 털어 사단법인 ‘더 좋은 세상 PPL’을 만들어 일터를 마련하셨고, 그것을 가장 중요한 투자라 여기셨습니다. 요즘 하천 부지마다 파크골프장에 줄 서는 어르신들을 보며 놀이의 소중함을 말씀하시고, 은퇴 후 가장 무서운 흉년은 고독이기에 성격상 힘들어도 용기 내어 번개 모임을 시작하셨답니다. 넷째, 날기새. 가장 고통스럽게 투병하던 때 “은혜로 고난을 이겨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목회가 되었고, 여러분에게 전하려면 내가 먼저 은혜를 받아야 하니 은퇴 후에도 은혜 생활이 계속된다는 것, 그것이 최고의 은퇴 준비였다고요.
내게 남은 것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단어는 ‘끝’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끝이 두려운 게 아니라 준비 없는 끝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은퇴든 이직이든 프로젝트 종료든, 그건 예상 문제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모를 수가 없는 문제인데 우리는 당일 아침에야 펼쳐 봅니다. 공항 상공에 다 와서 하강을 시작하면 추락이라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지금이 풍년이면, 지금이 바로 준비할 때입니다.
네 가지 목록도 그대로 제 것이 됩니다. 떠날 준비(내 자리를 남기지 않는 연습), 저축(남에게 폐 끼치지 않을 만큼의 독립), 일·놀이·친구(다음 날 아침에 갈 곳), 그리고 은혜 생활. 특히 “뒷방 늙은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서늘합니다. 조직에서 내가 빠져야 비로소 제대로 돌아가는 시점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 밀려나는 사람이 될지, 미리 내려온 사람이 될지는 오늘의 기도에 달려 있습니다.
목사님은 이것을 뷰티풀 랜딩이라 부르십니다. 준비한다고 다 준비되지는 않지만, 하려고 애쓴 사람은 훨씬 더 자유롭고 풍족하게 흉년을 넘깁니다. 풍년 때보다 흉년 때 더 아름다운 인생 — 그게 성경이 주는 가장 실용적인 지혜라는 말씀 앞에, 오늘 저의 풍년을 다시 봅니다.
오늘의 기도: 지금이 풍년임을 알게 하시고, 아름답게 내려올 준비를 오늘부터 시작하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 His CCM 기도 피아노 (24시간 라디오): https://www.youtube.com/@hisccm/live
- 앨범 «Grace Piano Prayer»: https://open.spotify.com/artist/6HOuDJojMSQHSHzIOt83sn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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