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리드 오래 쓰는 보관법: 건조와 로테이션

리드 하나를 며칠 만에 못 쓰게 만들고 계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연주 실력과 별개로, 리드가 죽는 속도는 연습 후 몇 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꽤 달라집니다. 학생분과 레슨에서 관리 습관을 잡아주셔야 하는 선생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습이 끝난 직후 3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리드가 상하는 흔한 경로는 ‘젖은 채로 밀폐된 곳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갈대는 물을 머금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섬유가 조금씩 무너지는데, 젖은 상태로 오래 갇혀 있으면 곰팡이와 냄새까지 더해집니다.

연습이 끝나면 이 순서를 권합니다.

1. 보칼에서 리드를 뺀 뒤, 안쪽 물기를 털어냅니다. 리드 끝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손목으로 두세 번 가볍게 흔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2. 깨끗한 천이나 휴지로 겉면을 가볍게 눌러 닦습니다. 문지르지 말고 눌러서 흡수시키는 느낌으로 합니다.
3. 통로가 눌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뚜껑이 열린 리드 케이스에 넣어 실내에 둡니다.
4. 겉이 마르면 (보통 몇십 분 정도지만 계절과 방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뚜껑을 닫습니다.

바로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는 습관만 고쳐도 체감 차이가 있습니다.

습도: 너무 젖어도, 너무 말라도 문제입니다

리드는 급격한 변화를 싫어합니다. 겨울 난방 방에서 하루 만에 바싹 마르면 갈라짐이나 벌어짐이 생기기 쉽고, 여름 장마철에 축축한 가방 안에 두면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핍니다. 그래서 목표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라기보다 하루 사이에 확 변하지 않게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무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 리드 케이스를 악기 케이스 안쪽 깊은 곳보다, 온도 변화가 덜한 실내 그늘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차 안, 창가, 히터 근처는 피해 주세요.
  • 건조가 심한 계절에는 케이스 안에 습도 조절 팩을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리드에 직접 닿지 않게 두시고, 팩 자체가 눅눅해지면 교체합니다.
  • 반대로 습한 계절에는 케이스를 자주 열어 공기가 통하게 해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 리드에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이미 상태가 꽤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무리해서 살리기보다 다른 리드로 넘어가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같은 방법이라도 사는 지역, 방 구조, 계절에 따라 결과가 다릅니다. 두어 달 정도 본인 환경에서 어떤 방식이 덜 상하는지 관찰해 보시길 권합니다.

케이스는 ‘공기가 통하고 끝이 안 닿는 것’

리드 케이스에서 확인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통기입니다. 완전 밀폐형 플라스틱 통에 젖은 리드를 넣는 방식은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구멍이 뚫려 있거나 뚜껑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 형태가 다루기 쉽습니다.

둘째, 리드 끝이 어디에도 닿지 않아야 합니다. 리드가 죽는 이유 중 상당수는 마모가 아니라 끝이 부딪혀 생긴 미세한 이 빠짐입니다. 고정 밴드나 핀에 리드를 끼웠을 때 팁이 케이스 벽이나 다른 리드에 닿는다면, 그 케이스는 바꾸시는 편이 낫습니다.

플라스틱 필름 통이나 지퍼백에 굴려 넣는 방식은 이동 중에 팁이 상하기 쉽습니다. 임시로는 몰라도 상시 보관용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하나를 끝까지 쓰지 말고 여러 개를 돌려 쓰세요

가장 효과가 큰 습관은 로테이션입니다. 잘 맞는 리드 하나를 찾으면 그것만 계속 쓰게 되는데, 이 경우 대체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매일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갈대가 빨리 지칩니다. 처음의 반응이 며칠 만에 둔해집니다.
  • 그 리드가 갑자기 갈라지면 대안이 없습니다. 시험이나 합주 직전에 이런 일이 생기면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 하나의 리드에 입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리드가 바뀌었을 때 적응이 오래 걸립니다.

권하는 방식은 연주 가능한 리드를 세 개 이상 갖춰 두고 날마다 바꿔 쓰는 것입니다. 케이스 안에서 왼쪽부터 순서대로 쓰고 다음 날은 그다음 것을 쓰는 식으로, 규칙을 단순하게 만들어 두면 지키기 쉽습니다.

그리고 리드마다 성격을 적어 두시면 좋습니다. 케이스 안쪽에 붙인 작은 메모나 휴대폰 메모로 충분합니다.

| 표시 | 내용 예시 |
|—|—|
| 1 | 저음 잘 나옴, 아침에 무거움 |
| 2 | 반응 빠름, 오래 불면 처짐 |
| 3 | 합주용, 소리 큼 |

이렇게 두면 그날 연습 내용에 맞춰 고를 수 있고, 새 리드를 만들거나 고를 때 기준도 생깁니다.

새로 받은 리드는 첫 며칠간 짧게 쓰면서 길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한 시간씩 물리기보다, 며칠에 걸쳐 사용 시간을 늘려 가면 안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리드의 상태와 개인 앙부슈어에 따라 차이가 크니, 선생님과 함께 조절해 보시길 권합니다.

정리

  • 연습 후에는 물기를 털고 눌러 닦은 뒤, 뚜껑을 연 케이스에서 겉을 말리고 나서 닫습니다.
  • 케이스는 공기가 통하고 리드 끝이 아무것에도 닿지 않는 것을 고릅니다. 온도·습도가 급변하는 자리는 피합니다.
  • 연주 가능한 리드를 세 개 이상 두고 날마다 돌려 쓰면 리드 수명도, 무대 위 안정감도 함께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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