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를 주문할 때 “강도는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매번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학년과 연습량, 쓰는 악기, 계절에 따라 맞는 강도가 달라지고, 무엇보다 강한 리드가 곧 좋은 리드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학생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손으로 해볼 수 있는 점검 방법도 함께 적었습니다.
강도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저항의 크기’입니다
리드 강도는 블레이드가 진동에 얼마나 버티는가, 즉 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호흡 압력과 입술 힘의 크기를 말합니다. 소프트는 적은 압력으로도 진동이 시작되고, 하드는 더 많은 압력을 요구합니다.
공방마다 강도를 나누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대나무의 밀도, 깎는 두께 배분, 튜브 성형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A 공방의 미디엄과 B 공방의 미디엄이 같은 체감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곳의 리드를 처음 써보실 때는, 평소 쓰던 강도를 기준으로 삼되 한 단계 정도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예상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학년·연습량·악기·계절, 네 가지로 나눠 보기
1) 학년과 구강·호흡 발달
초중등 학생은 대체로 호흡량과 입 주변 근지구력이 아직 자라는 중입니다. 이 시기에 저항이 큰 리드를 쓰면 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힘을 다 써서, 정작 배워야 할 음정 감각과 프레이징 연습이 뒤로 밀립니다. 소프트에서 미디엄소프트 사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생 이상, 특히 입시나 전공 준비를 하는 경우에는 요구되는 음량과 음역대가 넓어지므로 미디엄 쪽이 무난합니다. 다만 학년이 올라갔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강도를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아래의 ‘지금 상태’입니다.
2) 하루 연습량
- 하루 30분 내외, 주 2~3회: 입술이 리드에 적응할 시간이 짧습니다. 소프트~미디엄소프트가 편합니다.
- 하루 1시간 이상 꾸준히: 미디엄을 감당할 근지구력이 생기는 구간입니다.
- 하루 2시간 이상, 합주·오케스트라 병행: 미디엄~미디엄하드를 쓰는 분이 늘어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긴 리허설 끝까지 버틸 수 있는가’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연습량이 갑자기 줄어든 방학이나 시험 기간 뒤에는, 쓰던 강도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때는 잠시 한 단계 낮춰 감각을 되찾고 돌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3) 악기와 보컬
같은 리드라도 악기에 따라 체감이 달라집니다. 저항이 큰 편인 악기에 하드 리드를 얹으면 전체 저항이 더해져 숨이 금방 찹니다. 반대로 소리가 쉽게 열리는 악기에는 조금 더 버티는 리드가 어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컬(보칼)도 변수입니다. 보컬을 바꾸면 저항과 음정 중심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리드 강도를 조정하기 전에 지금 쓰는 보컬과의 조합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리드 문제로 보였던 것이 보컬 조합 문제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4) 계절과 습도
여름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으면 리드가 물을 오래 머금고, 대체로 조금 무겁고 둔하게 느껴집니다. 겨울철 난방 실내에서는 건조해져서 리드가 빨리 마르고, 오프닝이 벌어지거나 소리가 거칠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방향은 사람과 리드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었다고 강도를 바로 바꾸기보다는, 담그는 시간과 보관 습도를 먼저 조정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도 두세 주 내내 무겁거나 가볍다면 그때 강도를 조정합니다.
강한 리드가 좋은 리드가 아닌 이유
레슨실에서 “하드로 올려야 소리가 커지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강도를 올리면 최대 음량의 여유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잃는 것들이 있습니다.
- 피아니시모가 사라집니다. 저항이 크면 소리를 아주 작게 내려 할 때 진동이 끊깁니다. 여린 세로 시작하는 저음이 자꾸 안 나오면 강도를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 음정이 높아지는 쪽으로 흐릅니다. 무거운 리드를 억지로 울리려고 입술에 힘을 주면 음정이 위로 밀리고, 이를 다시 내리려고 턱을 푸는 습관이 생기면서 톤이 눌립니다.
- 소리에 여유가 없어집니다. 표현이 실린 소리가 아니라, 버티느라 굳은 소리가 납니다. 비브라토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 몸에 무리가 갑니다.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 합주 뒤 입술이 얼얼하다면 그 상태로 계속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좋은 리드는 강한 리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셈여림 전 구간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리드입니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 양쪽이 다 되어야 합니다.
지금 쓰는 리드가 맞는지 확인하는 세 가지
레슨 전에 5분이면 할 수 있는 점검입니다. 순서대로 해보세요.
1) 담그기부터 통일합니다. 미지근한 물에 리드 블레이드 부분만 보통 30초에서 1분 정도 담급니다. 튜브 감은 실 부분까지 오래 담그지 않습니다. 담그는 시간은 리드마다 다르니, 잘 맞는 시간을 찾으면 그대로 고정해 두고 비교하세요. 조건을 통일해야 강도 판단이 됩니다.
2) 크로우를 확인합니다. 리드만 입에 물고(실 감은 부분 바로 앞까지) 편안한 세기로 붑니다.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가 함께 섞여 ‘드르륵’ 하고 울리면 대체로 균형이 맞는 상태입니다. 아주 세게 불어야 겨우 울리면 지금 나에게 무거운 쪽이고, 힘을 조금만 줘도 소리가 퍼져버리면 가벼운 쪽입니다.
3) 악기에 꽂고 두 가지를 테스트합니다.
- 저음(로우 F 아래 구간)을 아주 여리게, 액센트 없이 시작해 봅니다. 시작이 자꾸 늦거나 소리가 깨지면 무거운 쪽입니다.
- 중고음(테너 음역)을 평소 세기로 8박 이상 끌어 봅니다. 음정이 계속 위로 올라가거나 입술이 8박을 못 버티면 역시 무거운 쪽입니다.
반대로 두 테스트가 다 쉬운데 포르테에서 소리가 갈라지고 음정이 아래로 처진다면, 한 단계 올려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는 한 주 정도 같은 리드로 매일 같은 테스트를 해보세요. 하루의 컨디션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정리
- 리드 강도는 품질 등급이 아니라 저항의 크기이며, 공방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 학년보다 하루 연습량과 악기 조합이 더 중요한 기준이고, 계절 변화는 담그기·보관을 먼저 조정한 뒤 판단합니다.
- 좋은 리드는 강한 리드가 아니라 여린 저음부터 큰 소리까지 모두 다룰 수 있는 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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