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새 김동호 #2270 — 은혜는 돌에, 고난은 물에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70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32장 10~12절 — 에서를 만나러 가는 길, 두려움에 떨던 야곱이 하나님 앞에 엎드려 드린 기도입니다.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실하심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다.”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옛말 하나로 문을 여십니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 우리 삶에 늘 만족이 없고 불만이 가득하고 불행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사실을 뒤집어 말하면, 문제는 고난과 은혜의 양이 아니라 그 둘을 어디에 새기며 사는가 하는 삶의 태도와 자세라는 말씀입니다.

이 설교는 어제의 ‘마하나임’ 설교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님의 군대가 야곱을 지키신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목사님은 정작 녹화를 쉽게 마치지 못하셨다고 하십니다. 지금 고통 중에, 실패와 아픔과 고난 중에 있는 날기새 가족이 “그런데 나는 왜 이렇지? 왜 하나님은 나를 지켜주지 않으시지?” 물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어제 설교는 유난히 오래 준비된 설교였다고 고백하십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목사님은 암 투병 시절의 깨달음을 꺼내십니다. “하나님이 왜 나한테 암을 주셨을까” 물었을 때, 하나님이 암을 주신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요. 태초에 땅은 혼돈하고 공허하고 어두웠는데 하나님의 말씀으로 빛과 질서와 아름다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그 창조 질서가 무너져 다시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니 고통·고난·아픔·죽음·무질서는 우리가 선택한 일이지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담당 의사에게 “나는 목사고 평생 담배도 안 피웠는데 왜 암에 걸렸죠?” 물었더니 “그냥 목사님 나이 되면 걸립니다” 하더라는 대답도 그 깨달음을 거들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을 짚으십니다. 고난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데,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축복은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마치 고난만 당하는 사람, 실패 중에 멸망할 사람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수도 없는 역경을 통과해 여기까지 왔고 생존만 아니라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목사님은 김남조 선생의 시 두 편을 인용하십니다. 「선물」의 “내야 흙이온데 밀랍이듯 불 켜시고 한 평생 돌이온 걸 옥의 문양 그으시니”, 그리고 「밤 기도」의 “주님, 단지 이 한마디에 천지도 아득한 눈물”. 이 시인에게 고난이 없었을 리 없는데 이런 고백이 나온 이유는 하나 — 고난은 물에 새겨 잊고 은혜는 돌에 새겨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곱의 “지팡이만 가지고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라는 고백과 꼭 같습니다.

마지막은 목사님 자신의 인생입니다. “목사님도 고생해 보셨어요?”라는 젊은 분의 질문에 속으로 웃으셨다는 이야기, 죽을 만큼 힘든 때가 분명히 있었다는 고백. 6·25 전쟁 중인 51년,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호롱불 켜고 우물물 길어 먹고 안방에 얼음이 어는 집에서 살았고, 차비 100원이 없어 마포에서 청량리까지 걸어온 적도 있었습니다. 탁월함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평범한 사람이 목사가 되었고, 말하는 것도 사람 대하는 것도 힘든 성품인데 목회를 했고, 은퇴 후에도 가정과 손주들과 함께 복된 삶을 누립니다. “근데 지나가더라고요. 지나가서 오늘의 내가 있잖아요.” 그래서 고난 중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맺으십니다. 지나갑니다. 고난 때문에 죽고 망하지 않습니다. 고난의 날을 기억하고 간증할 날을 반드시 주십니다.

내게 남은 것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잘된 일은 기억에서 금방 휘발되고, 깨진 일과 상처 준 사람 이름은 돌에 새긴 듯 오래 남습니다. 회고를 해봐도 실패 항목이 먼저 떠오르고,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도움과 기회는 당연한 배경처럼 지나갑니다. 오늘 말씀은 그 기억의 편집 방식 자체가 내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고난과 은혜의 총량은 사람마다 비슷한데, 환경이 아니라 태도가 인생을 갈라놓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기록을 바꾸는 것. 야곱처럼 “지팡이만 가지고 건넜는데 지금은 두 떼”를 구체적으로 세어보는 일입니다. 처음 일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 그때 가진 것과 지금 가진 것을. 그러면 지금 목을 조르는 이 문제도 “전에도 이런 역경이 있었는데 지나갔지” 하는 목록 위에 놓입니다. 이 고난도 지나가리라 — 그 확신은 낙천이 아니라 기억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지금 고난 한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나님이 왜 이러시나” 소리를 대신 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고난은 하나님이 고른 벌이 아니라 무너진 세상의 몫이고, 하나님은 우리를 그 고난보다 더 강하게 만드셨다는 것. 오늘은 그 말 한마디를 붙들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기도: 고난은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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