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새 김동호 #2268 — 싸울 싸움과 화평할 싸움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68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31장 43~49절 — 야곱과 라반이 서로 언약을 맺고 돌무더기를 쌓습니다. 라반은 그것을 아람어로 ‘여갈사하두다’, 야곱은 히브리어로 ‘갈르엣’이라 불렀고, 또 ‘미스바’라 하였습니다. “우리가 서로 떠나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옵소서.”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자신의 40대 이야기로 설교를 여십니다. 교회 개혁이라는 소명감에 사로잡혀 전투적인 세월을 보내셨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목회가 전쟁 같았다고 하십니다. 『생사를 건 교회개혁』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개혁은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전쟁터였다고요. 그래서 그 전투에서 이겼느냐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피 터지게 싸웠는데도 교회는 여전히 비개혁적이고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 암담해 보이기도 한다고요. 그 이기지도 못할 싸움 때문에 받은 상처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고, 감히 표현하자면 지옥 같은 시절이었다고 고백하십니다. 그런데 다시 40대로 돌아가도 그 싸움을 또 싸우겠느냐는 질문에, 목사님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싸우겠다”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이어서 세 장면이 겹쳐집니다. 세례 요한은 헤롯의 잘못을 책망했습니다. 그 책망으로 헤롯이 회개한 것도 아니고, 요한은 오히려 목 베임을 당해 죽었습니다. 그래도 그 용기는 헛된 것이 아니었고, 요한이라면 다시 그 길을 택했을 것이라고 목사님은 말씀하십니다. 일제 시대의 애국 투사들도 그렇습니다. 총칼 앞에 태극기 하나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총에 맞고, 감옥에 갇히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할 힘은 없었고 싸우면 백전백패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항했다는 것, 싸웠다는 것입니다. “약자의 저항은 강자의 진압보다 더 크고 위대하다” — 이것을 목사님은 우리 민족의 큰 자랑이라 하십니다.

그리고 히브리서 12장 4절, “너희가 죄와 싸우되 피 흘리기까지는 싸우지 아니하고.” 하나님은 죄와 불의와 옳지 못한 것과 싸우라고 하시지, 싸워봤자 이기지도 못할 테니 숨으라고는 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겁한 것이다, 싸움을 두려워하여 피하는 사람은 평생 남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불의와 타협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며, 그런 평화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요. 예수님도 평화를 주러 온 줄 아느냐, 검을 주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불의와 싸우면서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싸움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여기서 오늘의 핵심 진단이 나옵니다. 싸워야 할 것과는 싸우고 싸우지 말아야 할 것과는 화평하는 것이 지혜인데, 우리의 문제는 거꾸로라는 것입니다. 싸워야 할 싸움에서는 비겁하게 숨어 화평하고, 싸우지 말아야 할 하찮은 싸움은 용기 있게 잘 싸운다는 것. 세상에는 정의를 위한 의로운 전쟁도 있지만, 명분만 내세우고 실은 욕심 때문에, 힘이 있다고 빼앗으려고, 자기 강함을 과시하고 과신해서 함부로 일으키는 쓸데없는 전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하십니다.

그 쓸데없는 전쟁은 나라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함부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다투고, 기분 나빠서 싸우고 감정 상해서 싸우는 하찮은 싸움이 가득합니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인내하면, 조금만 양보하면 피할 수 있는 싸움을 자존심 때문에 욕심 때문에 싸운다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자신도 그랬다고 하십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부 싸움이라고, 아내를 사랑하는데도 싸우더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십니다.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 자식이, 형제와 형제가 싸우는 그 싸움은 의로운 싸움이 아니라 감정적인 싸움, 무례해서 싸우는 싸움, 조그만 욕심 때문에 싸우는 싸움이 대부분인데,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정과 교회와 직장이 어려움을 겪는지 모른다고요.

그래서 오늘 본문의 돌무더기가 빛납니다. 야곱과 라반이 쌓은 그 ‘증거의 무더기’는 하나님 앞에서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한 평화의 조약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우리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교회에서 교인과 교인 사이에 그런 갈르엣과 미스바를 쌓는 일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권하십니다. 하나님이 증인이시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싸우지 않는 것, 그것이 평화의 능력입니다. 싸워야 할 때는 골리앗 앞의 다윗처럼, 죽으면 죽으리라 한 에스더처럼 나가 싸우고, 하찮은 일에는 돌무더기를 쌓는 것. 골리앗이 무섭다고 숨은 사울처럼 살지 않는 것.

내게 남은 것

일하는 자리에서 나는 어느 쪽인지 정직하게 물어야 했습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 해야 할 자리, 손해를 보더라도 잘못된 관행에 이름을 걸어야 할 자리에서는 “내가 뭐라고” 하며 조용히 물러나고, 정작 말투가 기분 나빴다거나 내 공을 안 알아줬다는 일에는 며칠씩 마음이 전쟁입니다. 목사님 말씀대로 그것은 겸손도 평화도 아니었습니다. 싸움의 총량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니라, 싸움의 대상을 바꿔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돌무더기를 쌓는다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평화는 성격 좋은 사람에게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미리 하나님 앞에 맹세해 두는 장치가 있어야 지켜진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감정이 올라온 다음에 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그 전에 “이 사람과는 이 일로 싸우지 않겠습니다” 하고 증거의 무더기를 세워두는 것. 가정에도, 팀에도 그런 미스바가 하나씩 필요합니다.

목사님은 교회 개혁을 위해 싸운 것은 힘들었지만 후회가 없고, 다시 그 상황이 오면 또 싸우겠다고 하십니다. 반면 쓸데없는 싸움은 너무 많았다고 고백하십니다. 나이 드신 목사님의 이 정직한 결산이 오늘의 설교였습니다. 용기와 지혜를 따로 배울 것이 아니라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것 — 용기 없는 평화는 비겁이고, 지혜 없는 용기는 파탄이라는 것을 오늘 배웁니다.

오늘의 기도: 싸워야 할 싸움에는 용기를, 싸우지 말아야 할 싸움에는 돌무더기를 쌓는 지혜를 주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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