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새 김동호 #2261 — 나중 온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61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29장 1~3절 — 야곱이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러 보니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 세 떼가 누워 있습니다. 우물 아귀는 큰 돌로 덮여 있고, 목자들은 모든 떼가 모이기까지 기다렸다가 돌을 옮기고 함께 물을 먹인 후 다시 그 자리에 돌을 덮습니다.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탈무드 이야기로 문을 여십니다. 형제들이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법 — 큰형이 자르고 막내부터 집어 간다. 자르는 사람이 마지막에 가져가야 하니 저절로 공평해집니다. 재미있는 지혜인데, 목사님이 주목하신 것은 그 규칙을 만들어낸 마음입니다. 힘없는 막내도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욕심, 그것이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높은뜻숭의교회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도왔던 나라 베트남 이야기가 나옵니다. 의료선교팀이 해마다 빈롱 지역을 찾아갔지만 처음에는 한국 사람과 기독교인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가니 마음의 문이 열려, 어느 날 그 지역 공무원들이 2,5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그곳에는 가게 있는 사람은 오후 5시까지만 장사하고, 5시 이후에는 노점상만 장사할 수 있는 법이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그 배려에 마음이 감동됩니다. 노점상들에게 25만 원짜리 손수레를 만들어 주고 1년간 갚게 하겠다는 계획에 500만 원을 더 얹어 3,000만 원을 지원했고, 100가정 중 거의 한 가정만 빼고 다 회수해 왔습니다. 약속대로 다음 해에도 지원했고, 결국 그 지역에 노점상들을 위한 야시장까지 세워주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태국에서 한 달씩 지내실 때 보신 ‘빅씨’ 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목·금·토 저녁이면 주차장 한 편을 비워 삼일장이 섭니다. 마트 매상이 떨어질 텐데도 입점하지 못할 가난한 상인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그 따뜻함이 참 아름답게 여겨졌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본문입니다. 우물이 귀하고 물이 귀하던 시절, 목자들은 먼저 왔다고 먼저 마시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양 떼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뚜껑을 열고 다 같이 마신 뒤 돌아갑니다. 우리는 다 선착순 기준입니다. 먼저 온 사람이 먹고 나중 온 사람은 잘못하면 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목자들의 전통에는 나중 온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그것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가장 아름답게 하는 마음이라고 하십니다.

45년쯤 전, 잊히지 않는다며 다시 꺼내신 예화가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세운상가에서 나면서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던 한 독지가가 돈이 떨어져 집세도 밀리고 한겨울에 난롯불도 못 피운다는 기사가 조간신문에 났습니다. 이틀 뒤, 40대 주부 한 사람이 수표 다섯 장 190만 원을 들고 와 집세를 물어주고 연탄을 사서 불을 때워달라 하고는 이름도 밝히지 않고 쪽지 하나만 남기고 갔습니다. 중학생 둘째 아들이 신문을 들고 와 “어머니,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이 생겼어요” 했다는 것, 그리고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이 전교 1, 2등을 다투는데 “하나님께서 이런 아들을 둘씩이나 주신 것은 자랑하거나 뽐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나면서부터 어렵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섬기라고 주신 것”이라는 고백. 큰아들 대학 입학 준비금만 빼고 가진 돈 전부를 가져왔다고, 지금은 이만한 심부름밖에 안 시키시지만 나중에 더 큰 심부름을 하게 하실 줄 믿는다고 썼습니다. 그해 12월에는 1년 내내 손으로 뜬 스웨터 수십 벌을 들고 와 고아원 아이들에게 나눠달라며, 백조 왕자 동화의 엘리사를 이야기하고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면서부터 몸과 마음이 추운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이 녹여줄 수만 있다면 6년이 아니라 60년이라도 이 스웨터를 짜겠습니다.”

목사님은 2000년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이야기로 이어가십니다. 하루 1달러 25센트 미만으로 사는 극빈자가 중저소득 국가에서 45~50%에 이르던 것을, 15년 뒤 마무리할 때는 10%까지 줄였습니다. 목사님이 주목하신 것은 그 ‘골(Goal)’입니다. 우리는 다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가 언제나 나 자신인데, MDGs의 목표는 자신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와 극빈자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베데스다 못가의 38년 된 병자 — 물이 소용돌이칠 때 넣어주는 사람이 없어 38년을 못 들어갔던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만 들어가면 되고 저 사람이 3년을 있었는지 38년을 있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세상입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늘 마음에 새기신다는 로마서 15장 1절, “우리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 그 ‘마땅히’라는 말이 얼마나 강한지 짚으며 설교를 맺으십니다.

내게 남은 것

일터의 기본 룰은 선착순입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좋은 자리를 갖고, 빨리 낸 사람이 먼저 검토받습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목사님은 그 우선권을 어떻게 쓰느냐를 물으십니다. 전교 1, 2등 아들을 둔 어머니의 대답이 그 답이었습니다. 앞서 있는 것은 자랑하거나 뽐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나중 온 사람을 돕고 섬기라고 주신 것이라는 것.

우물가의 목자들은 먼저 도착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그 기다림이 있어서 마지막 양 떼도 물을 먹었습니다. 오늘 내가 먼저 도착한 그 자리에서,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의 몫을 남겨두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회의에서 말 못 하고 있는 후배에게 발언 순서를 넘겨주는 일, 내가 다 처리하면 빠른 일을 굳이 나눠서 맡기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38년입니다. 그 사람 곁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악한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자기가 먼저 들어가야 했을 뿐입니다. 나쁜 마음이 아니라 바쁜 마음 때문에 못 본 사람이 내 주변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는 것 — 그 ‘마땅히’를 오늘 하루의 기준으로 삼아보려 합니다.

오늘의 기도: 먼저 도착한 자리에서 나중 올 사람의 몫을 남겨두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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