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16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13장 5~9절 — 아브람과 조카 롯의 소유가 너무 많아져 한 땅에서 함께 살 수 없게 되고, 목자들끼리 다툼이 생깁니다. 아브람은 롯에게 말합니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여러 번 하셨다는 간증을 오늘 또 꺼내십니다. 2019년 5월 폐암 수술. 수술 후에는 정기적으로 CT를 찍고 며칠 뒤 결과를 들으러 가는데, 암 환우들에게는 그 날이 가장 심란하고 불안한 날이라고 하십니다. 목사님도 처음엔 별로 긴장하지 않으셨는데, 첫 CT에서 “합격”을 못 하셨습니다. 수술 자리에 동전만 한 동그란 것이 보였고, 의사 선생님 얼굴도 좋지 않았고, 결국 재촬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목사님은 심란하고 불안한 자기 마음이 창피하셨다고 합니다. “나 목사인데, 나 예수 믿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심란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십니다. “저에게는 평화의 힘이 없습니다. 하늘에서 평화를 내려 주시면 제가 살겠습니다.” 그때는 날기새 설교 끝에 찬송가를 한 장씩 골라 부르시던 시절이었는데, 그날 부른 찬송이 “어디든지 예수 나를 이끌면 어디든지 예수 함께 가려네”였습니다. 늘 알던 찬송인데 그날따라 가사가 마음에 확 박혔다고 하십니다. 후렴이 이렇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겁낼 것 없네.”
목사님은 지금 자신이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고 느끼셨습니다. ‘재발이 아닙니다’라는 길로 가야만 겁이 없고, ‘재발입니다’라는 길로 가면 무서운 것. 그런데 이 찬송의 작사자는 어느 쪽으로 가도 겁이 없다고 말합니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 생각에 좋은 길이라도 예수님이 함께하지 않으면 겁나는 길이고, 시편 23편처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면 겁낼 것이 없다는 고백이지요.
그 순간 목사님을 짓누르던 우울과 불안과 초조가 사라졌다고 하십니다. 윤동주 시인의 표현을 빌리셨습니다. 초 한 대에 불을 붙이니 어둠이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 물러갔다는 그 시. 그래서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걱정을 못 하듯, 걱정 없이 병원에 가셨답니다. 결과는 재발이 아니라 가라앉은 염증이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교회 집사님(그 병원 의사)이 “오늘 많이 불안하셨죠?” 하고 물었을 때, 목사님은 정말로 “아니요”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브람입니다. 재산이 많아져 목자들이 다투게 되자, 아브람은 조카 롯에게 먼저 고르라고 합니다. 그 시대에 어느 땅을 택하느냐, 누가 먼저 택하느냐는 삶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만큼 중요한 문제였고, 삼촌인 아브람이 먼저 골라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조금도 구애받지 않습니다. 목사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짚으십니다. 아브람에게는 경험에서 나온 자신이 있었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날 수 없었는데 떠나라 하실 때 떠났더니 죽지 않았고, 잘못하면 종이 되고 노예가 될 수도 있던 가나안에 들어갔는데 잘 살았습니다. 그러니 어느 땅이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다툴 필요도, 원망할 것도, 시기하고 불평할 것도 없었기에 롯과 아브람 사이에 진짜 평화가 있었습니다.
마무리에서 목사님은 이것이 날기새에서 가장 자주 반복하는 주제라고 하십니다. 예수 믿으면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하늘나라이고, 풍부에 처할 줄도 비천에 처할 줄도 알며, 잔잔한 강 같든 큰 풍파로 무섭든 내 영혼은 늘 편안하고,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어도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한다는 고백. 우리 문제는 “꼭 어디를 가야만 된다”는 데 있다고 하십니다. 어디를 가든 괜찮다면 불안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고, 그때 비로소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삶이 가능해집니다.
내게 남은 것
일하는 사람에게 인생은 늘 두 갈래 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되느냐 안 되느냐, 이 자리로 가느냐 저 자리로 밀리느냐.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한쪽 길로만 가야 안심합니다. 오늘 말씀은 그 구조 자체를 흔듭니다. 믿음은 내가 원하는 쪽 길로 데려다주는 힘이 아니라, 어느 쪽 길로 가든 겁내지 않는 담대함을 주는 힘이라는 것. 목사님 말씀대로 왼쪽으로 가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기도하고 나서는 “주시는 대로 어디든 가겠습니다” 할 수 있어야 진짜입니다.
아브람이 조카에게 먼저 고르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마음에 남습니다. 착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있어서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다툼도 결국 좋은 몫을 먼저 잡아야 산다는 불안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어디에 놓여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양보가 손해가 아니라 여유가 됩니다. 아브람의 그 여유가 목자들의 다툼을 끝내고 평화를 만들었다는 것 — 결국 믿음이 관계까지 바꿉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솔직함이 위로가 됩니다. 목사인데도 CT 결과 앞에서 심란했다고, 자기에겐 평화의 힘이 없다고 고백하며 하늘에서 내려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담대함은 내가 짜내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내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 불안을 감추기보다 그대로 들고 나가 평화를 달라고 구하는 것이 첫 단추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어디로 가느냐로 떨지 않게 하시고, 누구와 가는지로 담대하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 His CCM 기도 피아노 (24시간 라디오): https://www.youtube.com/live/9STrfMdNiws
- 앨범 «Grace Piano Prayer»: https://open.spotify.com/artist/6HOuDJojMSQHSHzIOt83sn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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