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새 김동호 #2224 — 아브라함도 흔들렸다

김동호 목사님의 새벽 QT 「날마다 기막힌 새벽」(날기새)을 듣고 남기는 묵상 노트입니다.
원 설교: 날마다 기막힌 새벽 #2224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오늘 본문: 창세기 15장 8~11절 — 하나님이 이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시자 아브람이 되묻습니다. “주 여호와여 내가 이 땅을 소유로 받을 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 하나님은 뜻밖에도 삼 년 된 암소와 암염소와 숫양,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말씀의 흐름

목사님은 오늘 본문에서 아주 새삼스러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고 하십니다. “아브라함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나님 말씀 하나에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믿음의 조상인데, 그 아브람이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증거를 보여 달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보여주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지 믿는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전혀 흔들림이 없던 사람이 아니라,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도 이렇게 새롭게 깨달아지는 것이 있어 참 기뻤다고 목사님은 고백하십니다.

여기서 오늘의 중심 문장이 나옵니다. 믿음을 통해서 이해에 이르는 것이지, 이해를 통해서 믿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목사님은 과학을 예로 드십니다. 과학적 진리는 모두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과학자는 자기가 찾아낸 가설을 먼저 믿습니다. 믿으니까 큰돈을 들여 실험을 합니다. 실패하면 손해인데도 실험하는 이유는 그 가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험으로 입증되면 그 가설은 진실이 됩니다. 순서가 이렇습니다 — 믿음이 먼저고 이해가 나중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의 약도 이야기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누가 보내준 약도를 받아 들고 길을 떠날 때, 우리는 알고 가는 게 아니라 믿고 갑니다. 모르는 길이니까요. 갔더니 맞았습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약도는 믿게 됩니다. 반대로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준 약도라면 그다음부터는 못 믿게 되지요.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바라고,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증거가 열립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 하신 말씀이 바로 그 뜻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응답이 그렇게 엉뚱합니다. 이해를 구하는 아브람에게 하나님은 제사를 드리라고 하십니다. 다시 믿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받은 줄로 믿고 감사의 제사부터 드리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브람은 또 그 말씀을 믿고 소를 잡고 염소를 잡고 양과 비둘기를 잡아 감사의 제사를 드립니다. 보이지 않았고 알 수 없었는데, 믿으니까 제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제사 자리에 솔개가 내려옵니다. 아브람은 솔개를 쫓았습니다. 목사님은 여기서 믿음의 싸움을 보십니다. 끊임없이 쫓지 않으면 우리는 믿음을 사탄에게, 의심에게 빼앗깁니다. 믿음의 가장 큰 적은 나태함과 자만입니다. 한 번 은혜받았으니 그게 끝까지 있는 줄 착각하는 것 말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우리 부대는 자꾸 낡습니다. 낡은 부대는 쏟지 않아도 샙니다. 입구를 잘 막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보관만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없어집니다. 성령을 소멸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소멸됩니다.

마지막은 목사님의 유언 이야기입니다. 쉰세 살에 죽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말씀으로 유언을 남기고 싶어 요한복음 14장 6절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를 골랐습니다. 큰아이와 셋째는 그냥 받았는데, 둘째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예수님이 길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때 아버지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아빠가 가 봤잖냐.” 둘째는 그것을 인정했습니다. 가 보면 압니다. 알고 갈 수는 없습니다. 믿고 가는 것이지요.

내게 남은 것

일할 때 나는 늘 “확인되면 하겠다”는 쪽입니다. 데이터가 나오면, 근거가 확실해지면, 그때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그 순서가 뒤집혀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자도 가설을 먼저 믿고 돈을 들여 실험하고, 약도도 믿고 출발해야 맞았는지 알게 된다는 것. 확신이 출발의 조건이 아니라 출발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결과라는 사실이 오늘 가장 크게 남았습니다.

또 하나는 아브라함도 흔들렸다는 위로입니다. 믿음의 조상이 “무엇으로 알리이까” 하고 물었다면, 내 흔들림도 실격 사유가 아닙니다. 문제는 흔들리느냐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제사를 드리느냐, 솔개를 쫓느냐입니다. 흔들릴 때 붙잡을 것은 기분이 아니라 루틴이었습니다. 날마다 말씀 보고 기도하는 그 반복이 낡아가는 가죽 부대를 새것으로 바꿉니다.

무섭게 들린 말은 이것입니다. 포도주는 쏟아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어서 없어진다는 것. 나는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새고 있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은혜도, 관계도, 실력도 보관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오늘 다시 부지런히, 그리고 믿고 먼저 가 보는 하루로.

오늘의 기도: 알고 가려 버티지 말고, 믿고 한 걸음 먼저 떼게 하소서.


함께 들은 음악 🎹

새벽 묵상 시간에 가사 없는 피아노를 낮게 틀어두면 말씀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이 글은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의 설교를 듣고 쓴 개인 묵상입니다. 전체 말씀은 꼭 원 영상으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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