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을 시작한 지 1~2년쯤 되어 “이제 리드를 좀 바꿔봐야 하나” 싶은 학생, 그리고 제자에게 어떤 리드를 권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선생님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리드는 좋고 나쁨의 차이가 아니라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깎았는가의 차이입니다. 아래에서 안정성, 반응, 음색이라는 세 축으로 나누어 보고, 마지막에 직접 손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학생용·전공생용을 가르는 기준은 ‘난이도’가 아닙니다
리드를 만들 때는 늘 세 가지가 서로 조금씩 상충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리가 나는 안정성, 작은 입력에도 즉시 반응하는 민감함, 그리고 연주자가 색을 바꿀 수 있는 여지입니다. 이 셋을 동시에 최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나를 키우면 다른 하나가 조금 줄어듭니다.
학생용 리드는 안정성 쪽으로 무게를 옮긴 리드입니다. 대체로 블레이드를 조금 두툼하게 남기고, 팁도 아주 얇게 밀지 않습니다. 앙부슈어가 아직 자리 잡지 않아 압력이 들쭉날쭉해도 소리가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공생용 리드는 반대로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변화를 그대로 옮기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팁을 더 얇게, 하트(심장부)와 백(back)의 두께 배분을 더 세밀하게 잡습니다. 대신 앙부슈어가 흔들리면 그 흔들림도 정직하게 소리로 나옵니다.
즉 학생용은 ‘연주자를 받쳐주는’ 설계, 전공생용은 ‘연주자를 그대로 비추는’ 설계입니다. 실력이 없어서 학생용을 쓰는 게 아니라, 지금 연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고르는 것입니다.
안정성 — 컨디션이 흔들려도 소리가 남아 있는가
안정성은 이렇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악기에 리드를 꽂고 중음역의 편한 음 하나를 길게 붑니다. 그 상태에서 입술 압력을 일부러 조금 풀어봅니다. 소리가 바로 꺼지거나 음정이 크게 주저앉으면 그 리드는 지금 연주자에게 여유가 적은 편입니다. 압력을 풀어도 소리가 얇아질 뿐 계속 이어진다면 여유가 있는 리드입니다.
학생 단계에서 이 여유가 왜 중요하냐면, 레슨 시간에 다뤄야 할 것이 리드가 아니라 호흡과 손가락이기 때문입니다. 리드가 예민하면 학생은 매 소절마다 “왜 소리가 안 나지”에 신경을 뺏깁니다. 특히 저음역에서 이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저음 F나 그 아래를 여린 세기로 시작해보면, 여유 있는 리드는 비교적 순하게 물려주고 예민한 리드는 시작 자체가 잘 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앙부슈어가 잡힌 연주자에게 너무 여유가 큰 리드를 주면, 소리가 잘 나기는 하지만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음색이 변하지 않는 답답함이 생깁니다. 이때가 다음 단계를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반응 — 혀를 뗀 순간과 소리가 나는 순간의 간격
반응 속도는 텅잉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1. 리드를 충분히 적신 뒤 악기에 꽂습니다.
2. 중음역 한 음을 아주 여린 세기로, 혀를 리드에 대고 있다가 떼면서 시작합니다.
3. 이것을 같은 음에서 대여섯 번 반복합니다.
여린 세기 시작이 매번 같은 타이밍에 걸리면 반응이 좋은 상태입니다. 어떤 때는 나고 어떤 때는 바람 소리만 나면 반응이 느린 쪽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리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의 물 먹임 정도, 실내 습도,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꽤 달라집니다. 한 번 해보고 판단하지 마시고 며칠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전공생 단계에서는 스타카토 패시지와 빠른 옥타브 도약이 늘 과제로 나옵니다. 이때는 반응이 느린 리드가 그대로 발목을 잡습니다. 반면 입문·초급 단계에서는 반응이 너무 빠른 리드가 오히려 소리를 거칠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직 혀와 호흡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리드가 먼저 튀어나가 ‘뻑’ 하는 잡음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음색 — 색을 넓히는 일은 통제 다음에 옵니다
많은 분이 리드를 바꾸면 음색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시는데, 순서를 조금 바꿔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리드는 음색을 ‘주는’ 물건이 아니라 연주자가 만드는 음색이 얼마나 잘 통과되는지를 정하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학생용 리드는 통로가 다소 좁은 대신 균일합니다. 어떻게 불어도 비슷한 소리가 나옵니다. 초급 단계에서는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기준이 되는 소리가 귀에 먼저 박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공생용 리드는 통로가 넓습니다. 같은 음이라도 입술 위치를 조금 안쪽으로 물면 소리가 모이고, 바깥으로 물면 열립니다. 호흡 속도를 바꾸면 배음의 균형이 달라집니다. 이 여지를 활용하려면 이미 자기 소리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기준 없이 여지만 넓은 리드를 쓰면, 소리가 매일 달라지는데 왜 달라지는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리드만 물고 부는 크로우도 참고가 됩니다. 대체로 여러 음이 한꺼번에 섞여 울리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 배음 균형이 무난한 편입니다. 다만 크로우가 좋다고 악기에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므로, 최종 판단은 늘 악기에 꽂고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내 단계에 맞게 고르는 법
손으로 해보는 점검 절차
1. 적십니다. 미지근한 물에 담그는 시간은 사람마다, 리드마다 다릅니다. 보통 30초에서 1분 남짓에서 시작해보시고, 소리가 답답하면 조금 더, 팁이 벌어지고 물컹하면 조금 덜 담그는 식으로 자기 시간을 찾으십시오.
2. 물기를 텁니다. 리드를 가볍게 흔들어 안쪽 물을 빼고, 팁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좌우가 고르게 열리는지 봅니다.
3. 크로우를 확인합니다. 리드만 물고 불어봅니다.
4. 중음역 롱톤 20초 정도를 붑니다. 음정이 튜너에서 지나치게 낮거나 높지 않은지, 입술 압력을 줄여도 소리가 버티는지 봅니다.
5. 여린 텅잉 대여섯 번으로 반응을 봅니다.
6. 저음역 한 음, 고음역 한 음을 각각 여린 세기로 시작해봅니다.
7. 여기까지 큰 문제가 없으면 실제 연습곡 한 줄을 불어봅니다.
이럴 땐 이렇게
- 소리는 잘 나는데 세게 불어도 커지지 않을 때 — 지금 리드가 연주자보다 여유가 큰 상태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열리거나 얇은 쪽을 시험해볼 시점입니다.
- 여린 세기 시작이 자꾸 실패할 때 — 먼저 물 먹임 시간을 바꿔보십시오. 그래도 같으면 반응이 더 좋은 리드를 검토합니다.
- 음정이 계속 낮게 걸릴 때 — 입술로 조여서 맞추기 전에, 리드를 보캘에 끝까지 꽂았는지, 물을 너무 오래 먹이지 않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 금방 지치고 입술이 아플 때 — 저항이 지금 감당 범위를 넘었을 수 있습니다. 연습 시간을 늘리기 전에 리드부터 한 단계 낮춰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레슨 때는 괜찮은데 무대에서 소리가 얇아질 때 — 긴장으로 호흡량이 줄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대용으로는 평소보다 조금 여유 있는 리드를 따로 준비해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공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바로 전공생용으로 바꿔야 하나요?
한 번에 바꾸기보다 두 종류를 함께 두고 쓰시는 편을 권합니다. 롱톤과 음계 같은 기본 연습은 여유 있는 리드로, 곡 연습과 시험 준비는 예민한 리드로 나누어 쓰면 적응이 부드럽습니다.
Q. 리드를 몇 개나 돌려 써야 하나요?
매일 연습한다면 여러 개를 번갈아 쓰는 편이 리드 수명에도, 연주자의 감각에도 낫습니다. 한 개만 쓰다가 그 리드가 수명을 다하면 그날 연습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Q. 학생용 리드로도 콩쿠르에 나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심사에서 요구하는 여린 세기 표현과 음색 변화의 폭이 넓다면, 그 폭을 감당할 수 있는 리드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곡의 요구 사항을 먼저 보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Q. 선생님이 쓰는 리드와 같은 것을 쓰면 되지 않나요?
악기, 보캘, 입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리드가 같은 결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참고 기준으로 삼되, 본인 악기에서 확인하는 절차는 그대로 거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 학생용은 안정성 쪽에, 전공생용은 반응과 음색의 여지 쪽에 무게를 둔 설계이며 우열의 문제가 아닙니다.
- 지금 리드가 맞는지는 롱톤에서 압력을 풀어보기, 여린 텅잉 반복, 저음역 여린 시작 세 가지로 대략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세게 불어도 소리가 커지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를, 여린 시작이 자꾸 실패하고 입술이 빨리 지친다면 한 단계 낮추는 쪽을 검토해보십시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