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잘 울리던 리드가 오늘따라 답답하거나, 반대로 소리가 새고 음정이 내려가는 경험을 하신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리드 자체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주변 습도가 바뀐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연습실에서 손으로 바로 해볼 수 있는 대처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갈대는 계절을 따라 계속 움직이는 재료입니다
바순 리드의 재료인 갈대(아룬도 도낙스)는 가공이 끝난 뒤에도 주변 공기의 수분을 흡수하고 다시 내보냅니다. 나무 가구가 계절을 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분을 머금으면 섬유가 부풀면서 부드러워지고, 마르면 수축하면서 단단해집니다.
문제는 리드가 위아래 두 장의 얇은 판이 옆면에서 맞물린 구조라는 점입니다. 두 판이 부풀거나 줄어드는 정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팁의 벌어짐(오프닝) 모양이 바뀝니다. 오프닝이 바뀌면 필요한 호흡의 양, 입술의 압력, 음정, 반응 속도가 전부 따라 바뀝니다. 같은 리드인데 다른 리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리드는 연습 중에 계속 젖고 연습 후에 계속 마릅니다. 이 젖고 마르는 사이클을 반복할수록 섬유가 조금씩 지쳐서 탄성이 떨어집니다. 계절 관리는 결국 이 사이클을 급격하지 않게 다듬는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마철: 물을 놓지 않는 리드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리드가 이미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은 상태로 케이스 안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평소처럼 물에 담그면 과습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자주 나타나는 증상은 이렇습니다.
- 소리의 초점이 흐려지고 퍼집니다. 특히 저음역에서 심합니다.
- 음정이 전반적으로 내려가고, 입술로 끌어올리려다 보니 금방 피로해집니다.
- 반응이 늦어져서 텅잉의 앞부분이 뭉갭니다.
- 연습 30분쯤 지나면 처음보다 더 무거워집니다.
- 며칠 방치한 케이스에서 곰팡이 냄새가 납니다.
대처는 이렇게 해보시기 바랍니다.
1. 담그는 시간을 줄입니다. 평소 1분 정도 담그셨다면 20~30초 정도로 줄이고, 그래도 무거우면 물에 넣지 말고 입에 잠깐 물어 침으로만 적시는 방법도 시도해 보십시오. 적정 시간은 리드의 두께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므로, 며칠 기록하며 자기 값을 찾는 편이 확실합니다.
2. 연습 후 물기를 제대로 뺍니다. 리드를 흔들어 안쪽 물을 털고, 마른 천으로 겉을 닦은 뒤 통풍이 되는 케이스에 넣습니다. 밀폐 용기나 비닐봉지에 젖은 채로 넣는 것은 피해 주십시오.
3. 케이스를 열어 말립니다. 하루 연습이 끝나면 케이스 뚜껑을 열어둔 채로 몇 시간 두는 것만으로도 곰팡이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4. 제습제를 같이 쓰되 직접 닿지 않게 합니다. 실리카겔 같은 제습제를 케이스 한쪽에 넣더라도 리드에 붙지 않도록 거리를 둡니다.
5. 오프닝이 지나치게 벌어졌다면 첫 번째 와이어(팁에서 가장 가까운 와이어)를 플라이어로 위아래 방향에서 아주 살짝 눌러 봅니다. 조금씩, 한 번에 한 단계씩만 조이고 매번 불어서 확인하십시오.
건조한 겨울과 난방: 닫히고 갈라지는 리드
겨울은 바깥 공기도 건조하지만, 실내 난방이 더 큰 변수입니다. 난방을 켠 방은 습도가 상당히 내려가고, 리드는 케이스 안에서 계속 마릅니다.
자주 나타나는 증상은 이렇습니다.
- 오프닝이 눈에 띄게 좁아지거나 아예 눌러붙습니다.
- 소리가 얇고 날카로워지고, 고음역이 예리하게 올라갑니다.
- 물을 먹여도 5~10분이면 다시 뻣뻣해집니다.
- 팁이나 옆면에 실금이 생깁니다. 갈라짐은 대체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 실(래핑) 부분이 헐거워지면서 공기가 샙니다.
대처는 이렇게 해보시기 바랍니다.
1. 담그는 시간을 조금 늘립니다. 여름보다 길게, 다만 한 번에 오래 담그기보다 연습 중간중간 다시 적시는 편이 리드에 부담이 덜합니다.
2. 미지근한 물을 쓰십시오. 아주 찬 물은 리드가 물을 먹는 속도를 늦춥니다. 뜨거운 물은 갈대에 무리를 주니 피해 주십시오.
3. 케이스 안에 습도를 만들어 줍니다. 리드 케이스용 습도 조절 팩을 쓰거나, 간단하게는 물에 적셔 꼭 짠 작은 스펀지를 케이스 한쪽 칸에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방울이 리드에 직접 닿으면 반대로 곰팡이가 생기니 반드시 물기를 짜서 넣습니다.
4. 난방기 앞, 차 안, 창가에 두지 마십시오. 급격한 건조가 갈라짐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5. 오프닝이 닫혔다면 첫 번째 와이어를 좌우 방향에서 살짝 눌러 봅니다. 다만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손대면 갈라지기 쉬우니, 반드시 충분히 적신 뒤에 조절하십시오.
6. 실 부분이 헐거워졌다면 방수 처리(듀코 시멘트, 매니큐어 등)가 벗겨진 곳을 확인하고 얇게 덧발라 줍니다.
계절별 증상과 1차 대응 요약
| 상황 | 흔한 증상 | 먼저 해볼 것 |
|—|—|—|
| 장마·고습 | 소리가 퍼짐, 음정 낮음, 반응 느림 | 담그는 시간 줄이기, 케이스 통풍, 제습제 |
| 건조한 겨울 | 오프닝 좁음, 음정 높음, 금방 마름 | 미지근한 물, 중간 재적심, 케이스 가습 |
| 난방·에어컨 실내 | 하루 안에 상태가 급변 | 케이스를 송풍구에서 멀리 두기 |
| 실외 이동 후 | 첫 소리가 유난히 낯섦 | 실내에서 30분 이상 적응시킨 뒤 판단 |
환경이 바뀌었을 때 실제로 밟는 순서
리드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바로 칼을 대기보다는, 아래 순서를 먼저 지나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1단계 — 적응시킵니다. 이동 직후, 특히 겨울에 밖에서 들어온 직후에는 리드와 악기 모두 실내 온도에 맞춰질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20~30분 정도 두고 판단하십시오.
2단계 — 물 조절을 바꿔 봅니다. 담그는 시간을 평소의 절반, 또는 두 배로 바꿔서 각각 불어 봅니다. 이 단계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3단계 — 와이어를 아주 조금 만집니다. 벌어졌으면 위아래로, 닫혔으면 좌우로. 반드시 적신 상태에서, 한 번에 한 단계씩, 매번 불어 확인합니다.
4단계 — 그래도 아니면 하루 쉽게 합니다. 같은 리드를 연속으로 혹사시키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예비 리드로 하루를 넘기고 다음 날 다시 확인하십시오.
5단계 — 마지막에 깎습니다. 스크레이핑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습도 때문에 일시적으로 무거워진 리드를 깎아 버리면, 건조한 계절이 왔을 때 쓸 수 없는 리드가 됩니다. 이 점을 특히 유의해 주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Q. 리드는 몇 개를 돌려 쓰는 것이 좋습니까?
정답은 없지만, 매일 연습하신다면 서너 개를 번갈아 쓰는 방식을 권합니다. 한 리드를 쉬게 하는 동안 섬유가 회복될 시간이 생기고, 계절이 바뀔 때 비교 기준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Q. 여름에 만든 리드를 겨울에 쓰면 상태가 달라지나요?
네, 대체로 달라집니다. 만든 시점의 습도에 맞춰 조정된 리드는 계절이 바뀌면 오프닝과 저항이 함께 변합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는 새 리드를 곧장 완성하기보다, 며칠 불어 보며 그 계절에 맞게 다시 조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콘서트홀이 유난히 건조합니다. 어떻게 준비할까요?
대기실에서부터 물통을 준비해 두시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한 번 더 적시십시오. 무대 위에서는 조명 열 때문에 마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곡 사이 쉬는 구간에 짧게라도 다시 적실 방법을 미리 정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Q. 리드에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쓸 수 있나요?
위생상 권하지 않습니다. 표면을 닦아내도 섬유 안쪽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곰팡이가 보였다면 사용을 중단하시고, 같은 케이스에 있던 다른 리드와 케이스 내부도 함께 점검해 주십시오.
Q. 습도계를 사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연습실에 작은 습도계 하나를 두면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대체로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정도의 습도 범위 안이면 리드도 무난한 편입니다. 숫자 자체보다는 ‘어제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는 용도로 쓰시면 좋습니다.
Q. 계절이 바뀔 때마다 리드를 새로 사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물 먹이는 시간과 보관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따라갑니다. 다만 이미 갈라졌거나 오래 써서 탄성이 떨어진 리드는 환경 조절로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정리
리드가 갑자기 달라졌다면 리드가 상한 것이 아니라 습도가 바뀐 경우가 많으니, 칼을 대기 전에 환경부터 확인하십시오.
장마철에는 담그는 시간을 줄이고 케이스를 말리며, 건조한 겨울에는 미지근한 물로 중간중간 적시고 케이스에 습기를 더해 주십시오.
적응 → 물 조절 → 와이어 → 휴식 → 마지막에 깎기, 이 순서를 지키면 리드를 잃는 일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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