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받은 리드를 첫날부터 두 시간씩 불다가 일주일 만에 힘이 빠져버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이 글은 리드를 사 두고도 언제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 할지 애매한 학생분들과, 학생에게 리드 관리를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첫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같은 리드도 쓰는 기간이 꽤 달라집니다.
새 리드를 첫날부터 몰아 쓰면 안 되는 이유
바순 리드는 갈대(아룬도)라는 식물 재료입니다. 물을 머금으면 부풀고, 마르면 줄어드는 성질이 반복되면서 섬유가 점점 자리를 잡습니다. 갓 완성된 리드는 이 젖고 마르는 과정을 아직 몇 번 겪지 않은 상태라, 개구부(리드가 벌어진 정도)와 저항감이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변합니다.
이때 처음부터 오래 불면 두 가지가 겹칩니다. 첫째, 물을 오래 머금은 채로 계속 진동하면서 날(블레이드) 쪽 섬유가 필요 이상으로 물러집니다. 둘째,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게 부는 습관이 붙으면 리드가 자리를 잡는 방향 자체가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그래서 첫 주에는 “짧게, 자주”가 기본 원칙입니다.
참고로 리드마다 재료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안정되는 속도도 제각각입니다. 사흘이면 자리를 잡는 리드도 있고 열흘 넘게 조금씩 변하는 리드도 있습니다. 아래 일정은 기준선으로 보시고, 본인 리드의 반응을 보면서 조절하시면 됩니다.
첫날: 담그기와 5분 소리내기
1. 물에 담그기.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물을 컵에 받고, 리드의 날 부분과 실 감긴 부분 아래까지 잠기도록 세워 담급니다. 뜨거운 물은 쓰지 않습니다. 시간은 보통 30초에서 1분 사이면 충분합니다. 물에서 꺼냈을 때 날 표면이 촉촉하게 젖어 있고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뻣뻣하지 않으면 된 상태입니다. 오래 담글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담그면 그날 소리가 물먹은 것처럼 둔해집니다.
2. 크로우 확인. 악기에 꽂기 전에 리드만 물고 가볍게 불어 봅니다.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가 함께 섞여 나는 ‘크로우’가 들리는지 봅니다. 이 소리를 첫날 기억해 두면, 며칠 뒤 리드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는 기준이 됩니다.
3. 첫 소리는 짧게. 악기에 꽂고 중저음역에서 롱톤 위주로 5분 내외만 붑니다. 첫날에는 고음역 도약이나 포르티시모, 빠른 텅잉 연습은 미루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직 리드가 어떤 성격인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4. 정리. 다 불었으면 튜브 쪽을 아래로 향하게 잡고 가볍게 흔들어 안쪽 물기를 털어냅니다. 마른 천으로 겉면을 살짝 닦고, 통풍이 되는 리드 케이스에 넣습니다. 젖은 상태로 밀폐 용기나 비닐에 넣어두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2~4일차: 짧게 여러 번, 조금씩 시간 늘리기
이틀째부터는 한 번에 오래 부는 대신 하루에 두세 번 나눠서 붑니다. 예를 들어 아침 연습 앞부분에 10분, 저녁 연습 앞부분에 10분 식입니다. 한 번 불고 나면 최소 몇 시간은 완전히 말린 뒤 다시 적시는 것이 좋습니다. 젖고 마르는 사이클을 여러 번 거치는 것이 리드를 안정시키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대체로 하루에 5분 정도씩 늘려간다는 감각으로 접근하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늘리는 도중에 소리가 갑자기 답답해지거나 저항이 확 커지면, 그날은 거기서 멈추고 다른 리드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이 시기에 자주 관찰하실 것은 세 가지입니다.
- 개구부: 새 리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닫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물에 담그기 전 마른 상태의 벌어짐을 눈으로 확인해 두세요.
- 저항감: 처음보다 부드러워졌는지, 아니면 그대로인지.
- 음정 경향: 전체적으로 높게 뜨는지 낮게 처지는지.
와이어(철사)는 첫 며칠 동안 건드리지 않는 편을 권합니다. 리드가 아직 변하는 중이라 지금 조정해도 이틀 뒤에 다시 달라집니다. 조정은 리드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가능하면 선생님과 함께 조금씩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5~7일차: 실전 연습에 투입하고 로테이션 만들기
닷새쯤 지나 소리와 저항이 어느 정도 일정해졌다면, 이제 곡 연습이나 합주에 써도 되는 단계입니다. 그래도 하루 종일 한 리드만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긴 연습이나 리허설에서는 중간에 리드를 한 번 바꿔주면 각각의 수명이 늘어납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리드 두세 개를 돌려쓰는 것입니다. 상태를 이렇게 나눠 관리하면 편합니다.
| 구분 | 역할 |
| — | — |
| 주력 리드 | 레슨·합주·연주에 쓰는, 가장 안정된 리드 |
| 예비 리드 | 주력이 지쳤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리드 |
| 길들이는 리드 | 이번 주에 짧게 여러 번 불고 있는 새 리드 |
이렇게 돌려두면 주력 리드가 수명을 다했을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특히 발표회나 시험이 잡혀 있다면, 그 날짜에 맞춰 최소 2~3주 전부터 새 리드를 길들이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본무대 며칠 전에 처음 꺼낸 리드는 무대에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관리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번 담그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사용 후 물기를 털어 말리고, 케이스에 넣는 습관만 지켜도 리드 상태의 기복이 줄어듭니다.
이럴 땐 이렇게
소리가 답답하고 저항이 큽니다. 우선 물을 조금 더 머금게 해보시고, 그래도 같다면 며칠 더 길들이면서 지켜봅니다. 새 리드는 초반에 뻑뻑한 경우가 흔합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같다면 조정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으니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리드가 거의 닫혀서 소리가 안 납니다. 물에 담근 뒤, 엄지와 검지로 리드 옆면(실 감긴 부분 바로 앞)을 아주 살짝 눌러 개구부가 열리는지 봅니다. 힘을 주면 균열이 갈 수 있으니 가볍게만 합니다.
소리가 거칠고 갈라집니다. 물이 부족하거나, 팁 끝이 이가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밝은 곳에서 팁 끝을 눈높이로 들어 확인해 보세요.
바람 새는 소리가 납니다. 보컬(봉)에 꽂히는 부위나 실 감긴 부분에서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리드 튜브 끝을 손가락으로 막고 반대쪽에서 빨아보아, 진공이 잡히지 않으면 누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첫날부터 30분씩 불면 정말 안 되나요?
불어도 소리는 납니다. 다만 리드가 급하게 물러지면서 전체 사용 기간이 짧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하지 않다면 나눠 부시는 편이 낫습니다.
Q. 새 리드를 여러 개 동시에 길들여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두 개를 번갈아 짧게 부는 쪽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다만 각각의 상태를 헷갈리지 않도록 튜브 쪽에 작게 표시해 두시면 좋습니다.
Q. 침으로 적시면 안 되나요?
급할 때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물을 권합니다. 침에는 음식물과 효소가 섞여 있어 리드가 더 빨리 상하고 냄새가 나기 쉽습니다.
Q. 몇 주 동안 안 쓴 리드는 어떻게 다시 쓰나요?
처음 길들일 때처럼 짧게 담그고 5~10분만 불어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오래 말라 있던 리드는 첫 하루 이틀 반응이 둔할 수 있습니다.
Q. 리드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습량, 부는 습관, 보관 환경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하루 몇 시간씩 부는 학생과 주 2회 연습하는 학생의 리드 수명은 크게 다릅니다. 기간으로 정하기보다, 소리가 얇아지고 음정이 처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교체 신호로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리
- 새 리드는 첫날 미지근한 물에 30초~1분 담그고, 중저음 롱톤 위주로 5분 내외만 붑니다.
- 2~4일차에는 하루 두세 번 나눠 불며 조금씩 시간을 늘리고, 와이어 조정은 안정된 뒤로 미룹니다.
- 닷새 이후 실전에 투입하되 리드 두세 개를 돌려쓰고, 연주 일정이 있다면 최소 2~3주 전부터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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