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가 예전 같지 않은데 버려야 할지 더 써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이 글은 연습량이 늘면서 리드 소모가 빨라진 학생, 그리고 학생의 리드 상태를 대신 판단해 주어야 하는 선생님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소리·저항·색·개폐 네 가지를 순서대로 보면 대체로 판단이 섭니다.
1. 소리로 먼저 알아챕니다
리드가 수명 끝에 다다르면 소리의 ‘심지’가 먼저 빠집니다. 아래 항목을 실제로 불어 보면서 확인해 보세요.
- 낮은 F에서 시작해 반음씩 아래로 내려가며 저음이 바로 물리는지 봅니다. 예전에는 툭 나오던 낮은 음이 한 박 늦게 걸리거나, 새어 나가는 바람 소리가 먼저 들리면 신호입니다.
- 중음역에서 p로 길게 한 음을 뻗어 봅니다. 소리가 유지되지 않고 중간에 끊기거나 음정이 아래로 흘러내리면 리드가 지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 텅잉을 같은 음으로 열 번 정도 반복해 봅니다. 첫 음만 나오고 뒤로 갈수록 뭉개지면 리드 끝(팁)이 이미 눌린 상태일 수 있습니다.
- 전체적으로 소리가 넓게 퍼지고 중심이 없거나, 반대로 얇고 날카롭게만 나온다면 섬유가 탄성을 잃은 것입니다.
음정도 함께 보십시오. 튜너를 켜고 평소처럼 불었을 때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오고, 이를 맞추려고 계속 물고 조이게 된다면 리드가 원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컨디션·습도·악기 상태에 따라 하루 이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최소 이삼 일은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지 보고 판단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저항의 변화 — 너무 헐거워지거나, 갑자기 뻑뻑해지거나
저항은 리드 수명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 주는 지표입니다. 두 방향 모두 신호가 됩니다.
저항이 사라진 경우. 숨이 그냥 통과해 버리고, 기댈 곳이 없어 호흡이 금방 동납니다. 크레셴도를 걸면 소리가 커지는 대신 갈라집니다. 이 경우는 대체로 회복이 어렵습니다. 대나무가 물을 먹고 눌리기를 반복하면서 되돌아오는 힘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저항이 갑자기 커진 경우. 물에 담근 직후에는 괜찮다가 몇 분 지나면 답답해지고, 고음이 안 올라가며, 숨을 세게 밀어야 겨우 소리가 납니다. 이건 리드가 물을 과하게 머금었거나, 안쪽에 침전물이 쌓였거나, 와이어가 눌려 통로가 좁아진 경우입니다. 이쪽은 손볼 여지가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간단한 확인법: 리드를 평소대로 불린 뒤 입에 물고 크로우(crow)를 내 봅니다. 여러 음이 겹쳐 지글지글 울리던 것이 한 음처럼 밋밋해졌거나, 아예 울지 않고 바람만 나오면 수명 신호로 봅니다.
3. 색과 표면 상태
색은 보조 지표지만,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학생에게 설명하기 좋습니다.
- 투명하게 비치던 팁이 뿌옇게 흐려지고, 전체적으로 누렇거나 회색빛으로 변했다면 오래 쓴 리드입니다.
- 블레이드 안쪽에 검거나 초록빛 점이 보이면 곰팡이입니다. 이 경우는 소리와 무관하게 위생상 교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학생 리드는 케이스에 젖은 채로 넣어 두는 습관에서 자주 생깁니다.
- 팁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갈라졌거나 결을 따라 세로로 금이 간 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 실(래핑)이 풀리거나 튜브 부분에서 물이 새는 경우도 사용 종료 신호입니다.
- 손톱으로 블레이드 옆면을 살짝 눌렀을 때 탄력 없이 푹 들어가는 느낌이면 섬유가 죽은 것입니다.
4. 개폐(오프닝)가 말해 주는 것
리드를 옆에서 보았을 때 두 날의 벌어짐이 평소와 다른지 봅니다.
- 아침에 열려 있던 만큼 저녁에도 열리는지가 핵심입니다. 하루 연습 후 다물려 버리고, 다음 날 불려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복원력이 끝난 상태입니다.
- 반대로 너무 벌어져 입술 힘으로 겨우 닫아야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저음이 뭉개지고 금방 지칩니다.
- 두 날이 좌우 비대칭으로 어긋나 한쪽만 닿는다면, 대체로 튜브가 틀어진 것이라 손봐도 오래 못 갑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새 리드와 나란히 놓고 옆에서 보십시오. 혼자 볼 때보다 차이가 훨씬 잘 보입니다.
5. 억지로 살리려다 더 나빠지는 경우
여기서 리드를 완전히 끝내 버리는 일이 가장 많습니다.
과도한 스크레이핑. 소리가 답답하다고 계속 깎으면 잠깐 열리는 듯하다가 곧 저항이 사라집니다. 이미 얇아진 리드는 깎을수록 수명이 짧아집니다. 손을 댈 거라면 한 번에 두세 번 정도만 긁고 반드시 다시 불어 본 뒤 판단하십시오.
와이어 반복 조이기. 첫 번째 와이어를 조여 열림을 만드는 건 임시로 통하지만,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면 튜브 자국이 남아 어느 시점부터는 조여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조정은 하루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하는 편이 낫습니다.
뜨거운 물에 담그기. 빨리 불리려고 뜨거운 물을 쓰면 섬유가 급하게 부풀었다 수축하면서 갈라집니다. 미지근하거나 찬물을 쓰시고, 시간은 보통 짧게 담그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정확한 시간은 리드마다 다르니 몇 번 해 보며 자기 리드의 기준을 찾으시면 됩니다.
사포로 팁 다듬기. 갈라진 팁을 사포로 정리하면 그 순간은 매끈해지지만 두께가 어긋나 음정이 흔들립니다. 갈라진 리드는 정리 대상으로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입술 힘으로 버티기. 죽은 리드를 물어서 소리를 만들면 그 주법이 몸에 남습니다. 리드 하나 아끼려다 앙부슈어가 굳는 편이 손해가 큽니다. 학생일수록 이 부분을 선생님이 먼저 잡아 주셔야 합니다.
6. 이럴 땐 이렇게 — 자주 묻는 질문
Q. 어제까지 좋았는데 오늘 갑자기 안 됩니다. 수명이 끝난 걸까요?
하루 만에 끝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먼저 충분히 불렸는지, 보칼과 리드 연결부에서 새는지, 악기 쪽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십시오. 다른 리드를 껴 보아 같은 증상이면 리드 문제가 아닙니다.
Q. 연주회 직전인데 리드가 수상합니다.
이때 새로 깎거나 와이어를 크게 건드리지 마십시오. 물에 다시 불려 상태를 안정시키고, 예비 리드로 리허설을 한 번 돌려 본 뒤 결정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몇 개를 돌려 써야 하나요?
개수보다 로테이션이 중요합니다. 같은 리드를 매일 연속으로 쓰면 회복할 시간이 없습니다. 두세 개를 번갈아 쓰고, 쓴 리드는 물기를 털어 통풍되는 케이스에 보관하십시오.
Q. 수명을 어떻게 기록하나요?
리드 튜브에 처음 쓴 날짜를 적어 두십시오. 몇 달 지나면 자기 연습량에서 대체로 어느 정도 가는지 감이 잡히고, 다음 리드를 미리 길들일 시점도 계산이 됩니다.
Q. 끝난 리드는 버려야 하나요?
바로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두십시오. 어떤 상태에서 끝났는지 비교해 보면 자기 습관(무는 힘, 보관, 불리는 시간)을 파악하는 자료가 됩니다.
정리
- 소리의 중심이 사라지고 저음 반응이 늦어지며 음정이 처지면 우선 리드를 의심합니다.
- 하루 연습 후 개폐가 돌아오지 않고, 팁이 흐려지거나 갈라졌다면 교체 시점입니다.
- 끝난 리드를 깎고 조이고 물어서 버티는 것은 리드와 앙부슈어 양쪽에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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