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리드메이킹 클래스, 배우기 전 알아야 할 것

리드를 직접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인데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학생 본인은 물론, 제자에게 리드메이킹을 권할지 판단해야 하는 선생님께도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좋은 점만 늘어놓기보다는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을 함께 적었습니다.

직접 만들면 실제로 얻는 것

첫째는 문제를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리드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면 “이 리드가 뭔가 이상해요”에서 멈추지만, 몇 개월 깎아 본 사람은 “팁이 두꺼워서 저음 어택이 늦는 것 같다”, “블레이드 옆쪽이 얇아서 소리가 퍼진다”처럼 부위를 지목합니다. 완제품 리드를 사서 쓰더라도 이 능력은 그대로 남습니다. 어떤 리드를 골라야 할지, 지금 리드를 조금 더 살릴 수 있는지 판단이 서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자기 조건에 맞추는 힘입니다. 입술 두께, 무는 위치, 호흡량, 쓰는 악기의 보컬, 연주하는 곡의 성격에 따라 편한 리드는 조금씩 다릅니다. 남이 만든 리드는 평균값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본인이 평균에서 벗어나 있을수록 직접 손보는 쪽이 유리합니다.

셋째는 급할 때 버틸 수 있는 여유입니다. 시험이나 연주 직전에 쓰던 리드가 망가졌을 때, 예비 리드를 조금 손봐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꽤 큽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리드를 만든다고 해서 소리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리드메이킹은 연습을 대체하지 않고, 연습의 조건을 정리해 주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드는 시간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작업 단계는 대체로 이렇게 나뉩니다.

1. 튜브 케인을 쪼개고 두께를 다듬는 단계
2. 물에 불려 성형하고 접어서 철사를 감는 단계
3. 말린 뒤 튜브를 다듬고 팁을 잘라 여는 단계
4. 소리를 내면서 긁어 나가는 마무리 단계

여기서 1~3번은 절차와 도구가 정해져 있어서, 순서만 익히면 비교적 빨리 손에 붙습니다. 문제는 4번입니다. “어디를 얼마나 긁을지” 판단은 수십 개를 만들어 보기 전에는 잘 생기지 않습니다. 처음 몇 달은 만든 리드 대부분이 연습용으로도 애매할 수 있고, 이건 실력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시간으로 보면, 배우는 초기에는 리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 여러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성형 후 건조처럼 하루 이상 기다려야 하는 구간이 있어서, 한 번에 몰아서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개는 한 번에 여러 개를 같은 단계까지 진행해 두고, 주 1~2회 시간을 정해 다음 단계로 넘기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주간 연습 계획에 이 시간을 따로 떼어 둘 수 있는지가, 계속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가장 현실적인 조건입니다.

배우기 전에 알아야 할 현실

작업 공간이 필요합니다. 케인 가루가 생기고, 칼을 쓰고, 물을 씁니다. 식탁에서 잠깐 하고 치우는 식으로도 못 할 것은 없지만, 매번 도구를 꺼내고 넣는 수고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됩니다. 작더라도 도구를 펴 둔 채로 둘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지속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도구값이 한 번에 들어갑니다. 칼, 숫돌 또는 연마 도구, 플라크, 맨드릴, 리머, 철사와 실, 케인. 소모품보다 초기 장비 비용이 큰 구조라, 두세 달 해 보고 그만두면 손해가 큽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방이나 선생님의 도구를 빌려 몇 번 해 본 뒤 구매를 결정하시는 편을 권합니다.

칼 관리가 절반입니다. 무딘 칼로는 아무리 오래 긁어도 원하는 두께가 나오지 않고, 케인 표면만 눌려 뭉개집니다. 리드메이킹을 배우는 초기의 상당 부분은 사실 칼을 세우는 연습입니다. 이 과정을 지루하게 느끼는 분이라면 시작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손을 다칠 수 있습니다. 칼은 항상 몸 바깥 방향으로 밀고, 케인을 잡은 손의 엄지가 칼날 진행선 앞에 오지 않게 두는 습관을 처음부터 들이셔야 합니다.

결과가 들쭉날쭉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케인 개체 차이 때문에 결과가 달라집니다. “왜 저번엔 됐는데 이번엔 안 되지”를 여러 번 겪게 되며, 이건 정상입니다.

지금 시작해도 좋은 분, 조금 미뤄도 되는 분

시작해도 좋은 경우는 이렇습니다. 악기를 시작한 지 최소 1~2년은 되어 자기 소리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있는 분, 리드를 바꿨을 때 뭐가 달라졌는지 스스로 느끼는 분,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어 앞으로 리드 소비량이 늘어날 분, 그리고 시중 리드가 대체로 본인에게 무겁거나 가볍게 느껴져 늘 손을 봐야 하는 분입니다. 마지막 경우는 이미 절반쯤 리드메이킹을 하고 계신 셈입니다.

조금 미뤄도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 앙부슈어가 자리 잡는 중이라 일주일 사이에도 편한 리드가 달라지는 시기라면, 기준이 흔들려서 판단 연습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때는 완제품 리드 중 잘 맞는 것을 기록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또 콩쿠르나 입시가 코앞이라면, 그 시기에 새 작업을 얹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연습 시간을 깎아먹기 쉽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제자에게 권할 때는, 처음부터 전 과정을 다 가르치기보다 완제품 리드를 다듬고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팁을 살짝 열고 닫는 법, 철사 조이고 푸는 법, 옆쪽을 정리하는 법 정도만 익혀도 학생이 얻는 것이 꽤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완전 초보인데 클래스를 들어도 되나요?
악기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면, 리드를 만드는 것보다 조정하는 법부터 배우시는 쪽을 권합니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배울 수 있지만, 완성된 리드가 좋은지 나쁜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면 다음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Q. 몇 번 배우면 쓸 만한 리드가 나오나요?
사람마다 편차가 큽니다. 손재주와 투자 시간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만든 개수에 좌우됩니다. 다만 “연습용으로 쓸 만한 리드”와 “무대에 올릴 리드”는 다른 목표이니, 처음에는 앞쪽을 기준으로 잡으시면 덜 지칩니다.

Q. 기계(프로파일러, 가우저)가 있어야 하나요?
없어도 배울 수 있고, 처음에는 손 작업으로 원리를 익히는 편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개수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단계가 오면 기계의 도움이 필요해집니다. 순서상 나중 문제로 두셔도 됩니다.

Q. 만들어 놓은 리드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통풍이 되는 리드 케이스에 완전히 말려서 넣어 두시는 것이 기본입니다. 젖은 채로 밀폐 용기에 두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Q. 배우고 나면 리드를 안 사도 되나요?
그렇게 되는 분도 있고, 여전히 병행하는 분도 많습니다. 시험이나 연주가 몰리는 시기에는 만들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만들면서도 완제품을 함께 쓰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정리

  • 리드메이킹의 가장 큰 소득은 예쁜 리드가 아니라, 리드 문제를 부위 단위로 말할 수 있게 되는 판단력입니다.
  • 도구값과 작업 공간, 그리고 주 1~2회의 고정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지속 여부를 가릅니다.
  • 앙부슈어가 아직 흔들리는 시기라면 만들기보다 조정부터, 입시가 코앞이라면 시기를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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